소비쿠폰 ‘현금 환불’ 요구 확산…소상공인이 울고 있는 이유와 법적 리스크
1. 소비쿠폰 제도의 취지와 ‘현금 환불’ 논란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을 활성화하고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일정 조건을 충족한 소비자가 음식점, 미용실, 소매점 등에서 쿠폰을 사용하면 일정 금액을 할인받거나 포인트로 지원받는 방식이죠.
그러나 최근 일부 소비자들이 쿠폰으로 결제한 뒤 음식·서비스 불만을 사유로 현금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원칙상 환불 시에는 쿠폰 복원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소상공인들이 ‘별점 테러’나 민원 압박을 우려해 계좌로 현금을 입금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제도 취지와 어긋날 뿐 아니라,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법적 리스크가 있다는 점입니다.
2. 현금 환불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유
소비쿠폰은 단순한 할인쿠폰이 아니라, 정부 보조금의 성격을 띱니다. 따라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정 사용이 금지됩니다. 쿠폰을 현금화하거나 개인 간 거래를 통해 목적 외로 사용하면 지원금 환수, 제재 부가금 부과, 향후 지원금 지급 제한 등의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판매자 또한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실제 상품이나 용역 제공 없이 카드 결제가 이뤄진 것처럼 꾸미는 행위는 불법입니다. 소비쿠폰 결제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행위는 ‘실거래 없는 카드 결제’로 의심받을 수 있으며,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즉,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법 위반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무심코 응한 환불이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현장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소상공인의 어려움
실제 매장에서는 이런 현금 환불 요구가 ‘악성 민원’처럼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식에 하자가 있다며 증거 없이 환불을 요구하거나, 재방문이 어렵다는 이유로 계좌 환불을 압박하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일부는 서비스 불만을 빌미로 사실상 쿠폰 현금화를 시도하는 모습입니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이를 거절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온라인 리뷰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별점 테러’나 악성 후기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입니다. 특히 매출의 상당 부분을 단골과 온라인 리뷰에 의존하는 소규모 매장은 대응이 더욱 힘듭니다.
결국 법적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환불을 선택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4. 정부와 플랫폼이 해야 할 역할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정부는 소비쿠폰 환불 원칙과 위법 가능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야 하며, 불법 환불 요청이 있을 경우 사업자가 안전하게 거절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합니다.
중고거래 플랫폼이나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소비쿠폰 매매 게시물도 즉시 차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 요청으로 일부 플랫폼은 ‘소비쿠폰’ 관련 검색어와 게시물을 삭제 조치했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의 편법 환불은 여전히 제재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플랫폼 차원에서도 가맹점 리뷰 악용을 막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악성 환불 요구를 차단하는 시스템이 없다면 소상공인의 피해는 계속될 것입니다.
5. 소비자와 판매자가 지켜야 할 선
궁극적으로 이런 문제를 줄이려면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가 제도의 취지를 이해하고 지켜야 합니다. 소비쿠폰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설계된 제도입니다. 이를 현금으로 환불받는 것은 사실상 보조금의 목적을 왜곡하는 행위입니다.
판매자 역시 고객 불만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불법이 될 수 있는 환불 방식은 피해야 합니다. 환불이 불가피하다면 쿠폰 복원 절차를 안내하고, 시스템 상으로 정당하게 처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판매자가 모두 원칙을 지키는 문화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