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진심을 담은 여행 시리즈⑧ . 국내 감성 여행지 편 춘천 감성 당일치기. 호수, 기차, 낭만

아지타 2025. 4. 2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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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 처녀
소양강 처녀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고 싶었던 하루. 멀리 가지 않아도 좋았고, 사람이 많지 않은 조용한 풍경이면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도시가 춘천이었습니다. 서울에서 1시간 남짓, 기차를 타고 천천히 도착한 이곳은 마음에 여유를 건네는 속도로 흘러가는 도시였습니다.

이번 여행은 혼자 떠난 당일치기였지만, 그 하루는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큼 따뜻하고, 감성적이고, 조용한 위로로 가득했습니다.

1. 기차 타고 떠나는 춘천 – 느린 여행의 시작

여행의 시작은 경춘선 전철을 타는 순간부터였어요. 복잡한 서울의 지하철망을 벗어나 청량리역에서 ‘춘천행’ 전철에 오르는 그 느낌, 마치 오래된 영화 속 한 장면 같았습니다.

창밖으로는 건물이 하나둘 사라지고, 초록이 진해지는 풍경이 펼쳐졌어요. 지하철이지만, 마음은 기차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더군요. 그리고 그 속도가 너무 좋았습니다. 급하지 않고, 빠르지 않고, 그냥 천천히 도착해도 된다는 마음.

특히 김유정역 근처에 다다랐을 땐 춘천의 진짜 자연이 시작됐음을 느꼈어요. 기차 안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레일 소리와 창밖 햇살이 뒤섞인 그 조용한 긴장감. 그것만으로도, 이미 여행은 시작된 느낌이었죠.

2. 남이섬 산책 – 잎이 춤추고, 마음이 쉬는 시간

춘천역에서 버스를 타고 남이섬 선착장에 도착하면 유명한 관광지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꽤 조용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특히 아침 시간대는 여행자보다 현지인 산책객이 더 많을 정도로 한적해요.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서는 그 순간부터 일상이 바깥으로 밀려나고 풍경이 안쪽으로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남이섬은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사계절 내내 각자의 매력이 있어요. 봄에는 연둣빛 물결이 일고, 여름엔 그늘진 나무길이 시원함을 선물하고, 가을에는 노랗고 붉은 잎들이 사부작거리고, 겨울에는 하얀 고요가 모든 것을 덮습니다.

그날 저는 그저 걸었습니다. 사진을 찍기보단 풍경을 눈에 담고, 노래를 듣기보단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요. 그 순간의 나를 온전히 마주한 시간이었습니다.

3. 소양강 스카이워크 – 유리 위에 선 감정 한 조각

춘천 시내로 돌아와 소양강처녀상을 지나 스카이워크로 향했습니다. 강 위로 유리로 된 길이 쭉 뻗어 있고 그 아래엔 잔잔한 강물과 구름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집니다.

유리 바닥 위를 걷는 건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곧 감정이 풍경에 몰입하면서 오히려 마음이 투명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춘천의 하늘은 유독 맑고 투명해요. 그 맑음이 강물에도 반사되고, 그 위에 나의 그림자가 살며시 겹쳐지는 순간, ‘나도 이 도시의 일부가 되었구나’라는 느낌이 스쳤습니다.

스카이워크 끝자락에선 사람들이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사진보다 풍경을 오래 보는 이들이 많았고 그 모습이 이 도시의 속도와 닮아 있었어요.

4. 공지천과 의암호 – 바람과 물이 어우러진 오후

다음 코스는 공지천 산책길. 춘천 시민들의 쉼터이자, 관광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진짜 힐링 명소입니다.

공지천에서 의암호변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천천히 걸을 수 있는 넓은 보행길이 있고 양쪽으로는 풀숲과 강이 어우러져 있어요.

벤치에 앉아 바라본 의암호는 호수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거울 같았어요. 하늘과 구름, 사람의 움직임, 바람까지도 그 표면에 투영되어 반응하는 듯했습니다.

산책길 중간엔 작은 도서관이 있고 음악이 흐르는 쉼터도 있습니다.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간이 천천히, 부드럽게 흘러갔습니다.

5. 춘천 감성카페에서의 마무리 – 하루의 여운을 담다

걷고 또 걷다가, 해가 살짝 기울 무렵 찾은 곳은 강변에 자리한 조용한 카페 ‘포지티브제로’였습니다.

이곳은 통창 너머로 의암호가 펼쳐지는 뷰를 자랑하고 카페 내부는 나무향과 아날로그 음악으로 채워져 있어요. 1인 좌석도 잘 마련되어 있고, 조용한 손님들 사이에 섞여 한동안 글을 썼습니다.

커피는 부드러웠고, 무화과 파운드 케이크는 여행의 마지막을 달달하게 감쌌어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아도 충분했던 그 분위기.

하루가 끝나갈 무렵, 그 카페에서 저는 이번 여행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보다 진하게 남는 기억, 바로 그런 시간이었어요.

맺음말

춘천은 당일치기로도 충분히 ‘깊은 하루’를 만들 수 있는 도시입니다. 기차를 타고, 섬을 걷고, 바다를 밟고, 커피를 마시는 하루. 그 속에는 지친 나를 토닥이는 풍경이 있었고 말 없이 다가오는 위로가 숨어 있었습니다.

당신도 바쁜 일상에서 하루쯤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춘천을 걸어보세요. 그 하루가 당신의 마음속 어딘가를 따뜻하게 밝혀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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