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여행기. 느리게 걸어야 보이는 도시
치앙마이는 방콕이나 푸켓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도시입니다. 느린 골목과 따뜻한 미소, 향긋한 커피 향과 종소리. 저는 이곳에서 ‘여행’보다 ‘머무름’을 배웠고,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마주하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치앙마이를 계획 중인 분들께, 한 사람의 진심을 담아 이 도시의 매력을 천천히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1. 올드시티 안에서 하루를 보내보세요
치앙마이 여행의 중심은 단연 ‘올드시티(Old City)’입니다. 오래된 성벽과 해자로 둘러싸인 이곳은 도시의 역사와 문화가 켜켜이 쌓여 있는 공간이에요. 자동차보다는 자전거나 도보가 잘 어울리는 거리, 그 안엔 수십 개의 사원과 카페, 골목식당이 숨 쉬고 있죠. 와트 체디루앙, 와트 프라싱 같은 대표 사원은 꼭 들러볼 만하고, 그 앞에서 조용히 앉아있기만 해도 마음이 고요해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올드시티에서는 길을 잃어도 괜찮아요. 골목마다 다른 표정이 있고, 어딜 가든 현지인의 인사와 여유가 반겨주거든요. 여행이 아니라, 잠시 살다 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장소. 올드시티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2. 님만해민에서 커피와 디자인을 마시다
올드시티가 고요한 과거라면, 님만해민(Nimmanhaemin)은 치앙마이의 현재이자 감각적인 미래입니다. 이 지역은 치앙마이의 젊은 창작자들이 모여 만든 힙한 동네예요. 로컬 브랜드, 갤러리, 카페, 북카페, 비건 레스토랑 등이 감각적으로 모여 있고, 그 분위기는 방콕보다 더 세련되고 자유롭습니다. 특히 님만해민의 커피 문화는 유명합니다. ‘Ristr8to’, ‘Graph’, ‘The Baristro’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카페들이 밀집해 있죠. 에스프레소 한 잔에도 철학이 담겨 있고, 공간 하나하나가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풍경이에요. 이곳에선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단순한 카페 방문이 아니라, 감성을 소비하는 순간이 됩니다. 치앙마이의 새로운 매력을 보고 싶다면 님만해민에서 하루쯤은 꼭 보내보세요.
3. 도이수텝과 도이인타논 – 산 위에서 본 치앙마이
치앙마이를 논할 때 ‘도이’ 없는 이야기는 불완전합니다. 도이는 태국어로 ‘산’을 뜻하는데, 도이수텝(Doi Suthep)과 도이인타논(Doi Inthanon)은 치앙마이 여행의 핵심 중 하나예요. 도이수텝 사원은 치앙마이 시내에서 차로 30~40분 거리에 있고,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풍경은 정말 압도적입니다. 계단을 오를 땐 조금 숨이 차지만, 그만큼 마음도 텅 비워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반면 도이인타논은 태국 최고봉으로,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고산지대 특유의 시원한 공기, 폭포와 숲길, 그리고 국왕과 왕비를 기리는 쌍둥이 탑이 인상 깊어요. 도시의 온기와는 전혀 다른 감동이 있는 장소. 치앙마이의 또 다른 얼굴을 보고 싶다면 꼭 추천드리고 싶은 코스입니다.
4. 치앙마이의 시장들 – 진짜 태국을 만나는 시간
치앙마이의 매력은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 사는 ‘장면’들에 있습니다. 그 장면들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바로 시장이에요. 특히 선데이 마켓과 나이트 바자는 치앙마이에서 놓치면 아쉬운 장소입니다. 선데이 마켓은 매주 일요일 올드시티 중심에서 열리는 대규모 시장으로, 로컬 수공예품, 스트리트 푸드, 음악 공연까지 거리 자체가 하나의 문화 공간이 됩니다. 반면 나이트 바자는 매일 열리는 야시장으로 관광객이 많지만, 여전히 진짜 태국의 길거리 음식을 경험할 수 있어요. 쌀국수, 바나나 크레페, 망고 스티키라이스, 타로 아이스크림… 그 이름만으로도 다시 가고 싶어지네요. 치앙마이의 시장은 단순히 쇼핑을 위한 곳이 아니라, 여행자와 현지인의 삶이 교차하는 따뜻한 공간이었습니다.
5. 여행보다 '머무름'을 배운 도시
치앙마이는 화려하지 않아서 좋았고, 조용해서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곳에선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고, 나도 덩달아 느려졌습니다. 혼자 걷는 길도 외롭지 않았고,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도 허무하지 않았어요. 여행이란 꼭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치앙마이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좋은 여행이란 결국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라면, 이곳은 완벽에 가까운 도시였습니다. 혹시 당신도 요즘, 속도가 빠른 세상이 버거워졌다면 치앙마이로 떠나보세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의 나도 충분히 괜찮다고 말해주는 도시가 이곳에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