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근교에서 조용히 머무는 쉼, 경기 양주 '흥국사'
서울 근교에서 도시의 소음을 벗어나고 싶을 때, 양주의 흥국사 템플스테이는 좋은 선택이었어요. 접근성도 좋고, 프로그램도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초보자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어요. 제가 다녀왔던 ‘마음쉼 템플스테이’는 1박 2일 코스로 진행됐는데, 산 중턱에 위치한 사찰에 도착하자마자 바람부터 다르게 느껴졌어요. 대웅전 앞마당에서 스님과 차담을 나누며 시작된 일정은 예불 체험, 108배, 연등 만들기, 산책명상으로 이어졌는데, 모든 과정이 강요 없이 조용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갔어요. 스님의 법문도 부담스럽지 않고 따뜻해서, 어떤 종교적 배경 없이도 편하게 들을 수 있었고요. 특히 아침 공양 후 걷는 새벽 숲길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지만, 마음만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처럼 고요했던 시간이에요.
2. 자연 속 명상 공간, 강원 인제 '백담사'
백담사는 설악산 자락에 자리한 고즈넉한 사찰이에요. 특히 산세가 깊고 자연환경이 뛰어나 ‘힐링’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이기도 하죠. 백담사 템플스테이는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하는데, 제가 방문했을 땐 초봄이라 남은 눈과 새순이 공존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프로그램은 기본적인 예불과 공양 외에 ‘참선’, ‘산행 명상’, ‘자기돌아보기 일지 작성’이 포함되어 있었고, 조용한 방에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현대인에게 필요한 경험이라고 느꼈어요. 사찰 내부는 관리자가 매우 청결하게 유지하고 있었고, 숙소는 단촐하지만 불편함 없이 묵을 수 있었습니다. 백담사는 유명한 만큼 예약이 빠르게 마감되는 편이니 사전 예약은 필수입니다. 특히 장거리 운전을 감수하고라도 다시 찾고 싶은, 특별한 울림이 있는 공간이에요.
3. 역사와 함께하는 체험, 경북 영주 '부석사'
부석사는 경북 영주에 위치한 천년 고찰로, 사찰 자체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특히 국보인 무량수전과 석등, 안양루 등은 사찰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줘요. 부석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정적인 활동과 사찰 해설이 조화를 이루며, 2박 3일 동안 사찰 안내, 사찰음식 체험, 예불, 참선, 산사 산책, 명상과 소감 나누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조용한 새벽, 안개 속 부석사를 걷는 경험은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음식도 소박하지만 속이 편하고, 참여자들끼리의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사람 간의 거리를 좁혀주는 시간도 많았어요. 템플스테이를 통해 역사와 정신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느끼고 싶다면, 부석사는 정말 좋은 선택입니다.
4. 도시와 자연 사이, 전북 완주 '모악산 선원사'
모악산 선원사는 전주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 도심의 편리함과 자연의 고요함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사찰입니다. 전북 완주에 있는 이곳은 소규모 템플스테이를 운영하지만, 프로그램의 질은 어느 유명 사찰 못지않습니다. 명상, 염주 만들기, 걷기 수행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가장 좋았던 건 ‘묵언수행’ 시간이었어요. 말 없이 스님과 함께 걷고, 밥을 먹고, 나를 들여다보는 그 시간은 짧았지만 굉장히 깊었어요. 선원사 템플스테이는 특히 직장인,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이들에게 잘 맞는 구성이에요. 1박 2일이나 주말 단기 프로그램이 많아 일상에서 큰 시간을 내지 않고도 재충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휴대폰 없이 하룻밤을 보내는 일이 이토록 편안하고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여행이었습니다.
5. 바다와 절벽 사이의 고요함, 경남 통영 '미륵산 용화사'
경남 통영 미륵산 자락에 위치한 용화사는 바다를 내려다보는 절경 속에 자리한 사찰입니다. ‘바다 옆 템플스테이’라는 게 참 낯설지만, 막상 가보면 그 풍경과 분위기에 압도당하게 돼요. 아침 예불 후 고요한 해안을 따라 걷는 산책명상은 정말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깊은 시간이었어요. 이곳은 규모가 작고 소박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스님들과의 소통과 참여자의 자율성이 강조된 점이 좋았어요. 특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페이스로 사찰을 체험할 수 있었고, 조용히 머물며 쉬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혼자 조용히 정리하고 싶은 일이 있는 분들에겐 이만한 장소가 없을 거예요. 자연과 사찰, 바다가 하나가 되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공간, 그런 곳이 바로 용화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