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숲길이 위로가 되는 곳, 강릉 선교장과 경포호 산책길
강릉은 여전히 제가 제일 좋아하는 힐링 도시입니다. 바다도 물론 좋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붐비는 해변보단 조용히 걷기 좋은 곳을 더 찾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추천하고 싶은 곳이 바로 ‘선교장’과 그 뒤편으로 이어지는 경포호 산책길이에요. 선교장은 조선 시대 상류 양반 가옥인데, 고즈넉한 마당과 연못, 나무로 된 길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 주변을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경포호 산책로로 이어지는데요,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멀리서 들리는 새소리, 호수 위 잔잔한 물결이 만들어내는 고요함이 마음을 씻어줍니다. 아침 일찍 가면 사람도 거의 없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참 좋습니다. 커피 한 잔 들고 앉아 있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곳이에요.
2. 걷다 보면 내 마음도 정리되는 지리산 둘레길
복잡한 머릿속 정리를 하고 싶을 땐 무조건 ‘걷기 좋은 길’을 찾게 되죠. 그중에서도 제 인생 길은 지리산 둘레길이에요. 특히 남원이나 하동 구간은 산과 마을이 함께 어우러져서 지루할 틈이 없고,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면 몸도 마음도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혼자 걸어도 전혀 외롭지 않고, 오히려 자연과 나만 있는 그 시간이 큰 위로가 됩니다.
작게 피어난 들꽃 하나에도 눈길이 가고, 바람이 나뭇잎 사이를 스치는 소리에도 마음이 움직이는 걸 보면, 내가 참 바쁘게만 살아왔구나 싶어져요. 둘레길 중간중간 작은 마을에 있는 민박집에서 하룻밤 쉬고, 된장찌개 같은 집밥을 먹는 경험도 또 하나의 힐링 포인트죠. 조용히 걷고 쉬는 것, 그게 정말 큰 힘이 된다는 걸 이곳에서 알게 됐어요.
3. 바람 따라 천천히, 완도 청산도
완도에 있는 청산도는 ‘슬로시티’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정말로 그 이름처럼 모든 게 느리게 흘러가는 섬이에요. 저는 번아웃이 심했던 어느 봄날, 충동적으로 배를 타고 들어갔다가 인생 최고의 힐링 여행을 경험했어요. 자동차도 별로 없고, 마을 사람들 인사도 따뜻하고, 걷는 길마다 바다가 보여서 너무 좋았죠. 특히 ‘봄의 왈츠’ 촬영지로 유명한 산책길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했어요.
길이 끝나는 곳마다 벤치가 있어서 앉아 파도 소리 들으며 그냥 멍하니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시간이 가장 큰 위로가 되더라고요. 숙소도 전통 가옥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는데, 저녁엔 나무 마루에 누워 별을 보고, 아침엔 전복죽으로 속을 달래며 정말 잘 쉬다 왔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한 곳, 그게 청산도의 매력이에요.
4. 사찰의 고요함이 필요한 날엔, 양산 통도사
마음이 유독 무겁게 느껴지는 날, 저는 종종 사찰로 향해요. 그 중에서도 양산 통도사는 저에게 아주 특별한 공간입니다.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이곳에 들어서면 절로 조용해지고, 발걸음도 조심스러워지는 게 느껴져요. 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사찰로, 웅장함과 동시에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산책길을 따라 걷는 동안 나무와 돌, 바람과 빛이 모두 하나처럼 느껴지고, 어느새 잡념은 사라지고 마음에 여유가 들어와요. 특히 혼자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는 곳이 많아, 그냥 앉아 한참을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더라고요. 다녀올 때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일상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는 장소예요.
5. 일상과 다른 시간을 사는 제주 중산간 마을
제주는 누구나 좋아하는 여행지지만,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중산간 마을 같은 조용한 동네에서 진짜 제주를 느낄 수 있어요. 성산이나 서귀포 아래쪽에 위치한 중산간 마을은 관광객이 많지 않고, 마을마다 제각기 색다른 풍경을 품고 있어요.
저는 아예 차를 렌트해서 2박 3일간 중산간 작은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는데, 마당에서 보는 해질녘 하늘과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요. 동네 어르신들과 이야기 나누며 귤도 얻어먹고, 근처 조용한 오름에 올라 제주 바다를 멀리 바라보는 그 경험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어요. 인스타용 핫플이 아니라, 나만 알고 싶은 그런 공간에서의 쉼이 필요하신 분께 꼭 추천하고 싶어요.